여는 글
이 책은 주변 사람들과의 화해가 아니다. 가족, 친구 등 그들과의 화해는 접어 두고 단지 우리 자신과의 화해를 이야기하려 한다.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던 '나', 그런 '나'를 보잘것없는 존재로 보고 미워했던 '나',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나'... 그렇게 상처받은 나와 미워했던 내가 화해하는 시간을 가지기를 바란다. 상처의 시작은 '나' 때문이 아니다. 그것을 꼭 알았으면 좋겠고 당신 자신과 진정으로 화해하기를 바란다.
사람마다 각자 아픔이 있고 상처가 있을 것이다. 그 상처가 치유되지 못해서 지금도 아프다고 말할 수 있을 때 그 자체가 당신에게 힘이 있다는 증거다. 그 힘든 아픔을 다시 이야기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잘 버티고 살아온 것도 당신이 좋은 사람이라는 증거이고 당신 안에 엄청난 힘이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 힘을 믿고 더 단단해져서 스스로 지킬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PART 1. 부모, 그러나...
부모가 돼서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나도 부모가 되었고 어떻게 키웠는지 기억이 없을 정도로 시간은 흘렀다. 어느덧 녀석들은 나보다 훌쩍 컸고 외모뿐 만 아니라 생각도 많이 자랐다. 내 생각이 모두 옳은 것처럼 주입시키고 강요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지금의 아이들과는 문화 차이도 많고 생각도 많이 다른데 지금 생각해 보니 답답한 부모였을 수도 있겠다 싶다. 이 책을 읽을수록 내 아이들이 성인으로 커가면서 나로 인한 상처나 아픔의 잔해들이 전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나를 잘 알려면, 나에게서 한 발 떨어져 볼 필요가 있다. 내가 한 행동을 인식하면서 알아차릴 수가 있다. 부모에게 받은 상처가 있어서 고통스럽다면, 부모에게 화가 날 것이고 해결하고 싶다면 우선 나의 마음부터 인식을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나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그다음 스스로 소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미우면 미워하면 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면 분노하면 된다. 그런 감정을 갖는다고 스스로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이후 그 상처를 부모에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다. 물론 말로 잘 풀어 가기란 어렵고 용기도 필요하다. 잘 해결이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자신의 아픈 상처를 상대방이 아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PART 2. 그래서, 나...
당신 탓이 아니에요 그때 당신은 어쩔 수 없었어요
우리가 정말 희망하는 것 중 하나가 행복한 가정 속에서 살아가는 것일 것이다. 부모에게 키워지는 자식들은 본능적으로 사랑받기를 원한다. 여러 번 먼저 손을 내밀어 보기도 하지만 부모는 자신의 패턴을 바꾸지 못한다. 당신의 방식대로 자식을 사랑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자식이 아파하고 상처받아도 가슴 아파하면서도 계속 그 패턴대로 대한다. 그러다 상처받은 곳에 또 상처를 받게 되면 그때는 만정이 떨어진다. 그런데 그것은 편해지는 것이 아니라 고통으로 남게 된다. 남남인 사람이 아니라 부모 자식 간이기 때문에 편해질 수가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마음이 생긴다. 내가 더 잘했다면, 내가 좀 더 괜찮은 아이였다면 부모님이 다르지 않았을까? 부모가 밉지만 그 마음 아래 나 자신을 미워하는 마음이 꼭꼭 숨겨져 있다. 지금의 그 모습이 진짜 나의 모습이 아닌 경우가 많다. 부모가 준 부정적인 영향으로 나에 대한 이미지가 왜곡되고 세상에 대한 생각이 왜곡된 것이다. 대인관계가 쌍방통행이기 때문에 물론 다 그렇지는 않다. 그러나 아이의 문제가 크더라도 항상 부모가 먼저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모는 한 인간의 삶에 너무도 큰 영향력을 끼치는 중요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PART 3. 그런데 다시, 부모...
두려워 마세요 당신 아이는 당신과는 달라요
부모님 손에서 크고 자랄 때는 몰랐다. 독립해서 나도 부모가 되어 보니 나의 부모님 양육방식이 나도 조금은 닮아있구나 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 무엇보다 자유롭게 키워 주신 것에 감사함이 크다. 완벽한 사람이 없듯이 부모 역시 한 인간으로 완벽할 수는 없다. 이제는 자식인 내가 부모님을 더 잘 챙겨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내 아이도 언젠가 부모가 될 것이고 내 위치가 참 중요하구나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모성애는 기본적으로 죄책감이 깔려 있다. 많이 공감이 가는 말이다. 애들이 크면서 힘들어할 때도, 성적이 안 나올 때도 엄마가 잘 못해주고 있나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부모는 아이에게 한결같은 등대가 되어 주어야 한다. 어린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라면 마음이 힘들더라도 만 3세부터는 적극적으로 훈육이 필요하다. 옳고 그른 것을 명확하게 가르쳐 주어야 한다. 아이가 커서 여러 사람과 평화롭게 살려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나친 죄책감으로 아이가 상처받을까 봐, 엄마를 미워하게 될까 봐 등등의 두려움을 갖게 만든다.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면 오히려 부모로서 효능감을 떨어뜨리게 된다. 아이에게 안 된다는 말도 하지 않고, 해달라는 것 다 들어주는 부모가 정말 잘하는 것일까요? 그런 착한 부모의 아이는 오히려 자라면 자랄수록 키우기가 더 힘들어진다. '아이인데 뭘, 내가 이해하고 말지'라는 식으로 그냥 넘어가면 아이에게 절대 좋지 않다. 인내심을 갖고 배워야 한다. '나에게 이런 면이 있구나'를 깨닫고 육아의 방향을 잘 정해서 같은 실수를 줄여 나가야 한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부모를 쉽게 용서한다. 부모가 손을 내밀면 금세 잡아 준다.
PART 4. 그리고 또다시, 나...
고통이 시작되는 곳을 알았다면 행복이 오는 곳도 알아야 해요
최소 20년 동안 살아오면서 만들어진 부모와의 얼룩은 깨끗하게 흔적도 없이 지워질 수는 없다. 그렇게 얼룩져서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창은 자존감, 사회성, 가치관 등에 문제가 생기고 만다. 그런 창을 갖게 된 것은 '내 탓'이 아니다. 전적으로 부모 잘못이다. 그런 부모를 원망하라는 것은 아니다. 더 이상 그 창에 매어 있지 말라는 것이다. 새로운 창이 생겨야 한다. 아파했던 그 창과 떨어져서 새 창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할 일은 상처를 해결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 일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어떻게 해도 없었던 일이 되지 않는다. 이제 내가 성인이 되었다면 그 관계는 마무리해야 한다. 우선은 마음으로 '이제 그 관계는 마무리되었다'라고 되뇐다. 그들이 반복적인 상처를 입혀도 다른 각도로 반응하는 방법을 찾아 궁리해야 한다.
화해는 '내'가 '나'와 하는 것이다. 결국 '내'가 화해해야 하는 것은 '나'이다.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초라하고 작은 존재라고 여겼던 '나'와 화해해야 한다. 이제 힘도 생겼고 작지도 않은 '내'가 손을 내밀어야 한다. 나의 내면과 내가 손을 잡는 것이 '나와 화해'하는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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