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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삶과 죽음에 대한 아름다운 대화

by 롱롱럭키 2023.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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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김지수 지음

내 것인 줄 알았으나
받은 모든 것이 선물이었다

선생님은 라스트 인터뷰라는 형식으로 당신의 지혜를 '선물'로 남겨주려 했고,
나는 그의 곁에서 재앙이 아닌 생의 수용으로서
아름답고 불가피한 죽음에 대해 배우고 싶어 했다.
그래서 매주 화요일,
'삶 속의 죽음' 혹은 '죽음 곁의 삶'이라는 커리큘럼의 독특한 과외가 시작되었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은 스승이 필요한 당신에게 필독서가 될 것이다.

1년에 걸쳐 진행된 이어령과의 열여섯 번의 인터뷰

삶과 죽음에 대한 마지막 인생 수업

무거운 주제일 수 있지만 전혀 무겁지 않고 따뜻한 감동을 선물한다.

이보다 더 아름다운 대화가 있을까

오랜 암 투병으로 죽음을 옆에 둔 스승은

사랑, 용서, 과학, 종교 등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우리에게 '죽음이 생의 한가운데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어령

1933년생으로 충남 아산에서 태어났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동아시아 문화도시 조직 위원회 명예위원장, 이화여대 석좌교수,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서울올림픽 개폐회식을 주관했으며 초대 문화부장관을 지냈다.

대표 저서로 <지성에서 영성으로>, <젊음의 탄생>, <사자와의 경주> 등등 다수를 집필했고, 2021년 한국문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예술 발전 유공자로 선정되어 금관문화훈장을 수상했다.

2022년 2월 26일 향년 89세의 나이로 별세.

 

김지수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질문하고 경청하고 기록하며 27년간 기자활동을 하고 있다. 패션지 <보그>, <마리끌레르> 등을 거쳐 현재 <조선비즈>에서 문화전문기자로 일하고 있다. 2015년부터 진행한 인터뷰 시리즈 '김지수의 인터스텔라'는 누적 조회수 1,000만을 돌파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일터의 문장들, 괜찮아, 내가 시 읽어줄게>등 작가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프롤로그 중에서

"그가 한 말은 때로는 이율배반적이었다. 우리는 모두 천사로 죽는다고 했다가 그 반대인 것 같다고도 했다. '죽음을 기억하라'라고 한껏 액셀을 밟았다가 '나 안 죽어'라고 싱긋 웃으며 급브레이크를 걸었다. '내게 다가온 죽음은 철창을 벗어난 호랑이가 덤비고 있는 상태'라고 말할 때조차 그는 진실하게 몸부림치되 겁을 먹지는 않았다. 오히려 나는 그가 철창을 벗어난 호랑이 등을 타고 달리고 있다고 느꼈다. 죽음을 숙고하면서 죽음을 가지고 놀이를 시작한 이어령. 때로는 그런 생각도 들었다. 나의 선생님은 호흡이 멈추는 순간까지 스스로를 관찰하고 머릿속으로 죽음을 묘사하는 마지막 단어를 고르시겠구나."

 

이어령의마지막수업

컵 하나로 이렇게 간단하게 풀어버리다니!

"여기 유리컵에 보이차가 들어갔지? 이 액체가 들어가서 비운 면을 채웠잖아. 이게 마인드라네. 우리 마음은 항상 욕망에 따라 바뀌지? 그래서 보이차도 되고 와인도 돼. 똑같은 육체인데도 한 번도 같지 않아. 우리 마음이 늘 그러잖아. 아침 다르고 저녁 다르지."

"그런데 이것 보게. 마인드를 무엇이 지탱해주고 있나? 컵이지. 컵 없으면 쏟아지고 흩어질 뿐이지. 나는 죽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내 몸은 액체로 채워져 있어. 마인드로 채워져 있는 거야. 그러니 화도 나고 환희도 느낀다네. 저 사람 왜 화났어? 뜨거운 물이 담겼거든. 저 사람 왜 저렇게 쌀쌀맞아? 차가운 물이야. 죽으면 어떻게 되나? 컵이 깨지면 차갑고 뜨거운 물은 다 사라지지. 컵도 원래의 흙으로 돌아가는 거야. 그러나 마인드로 채워지기 이전에 있던 컵 안의 void는 사라지지 않아. 공허를 채웠던 영혼은 빅뱅과 통했던 그 모습 그대로 있는 거라네. 알겠나?"

 

컵 하나로 이렇게 설득력 있게 풀어내다니 나 역시 너무 쉽게 이해되었고 쏙 빨려 들었다. 우리가 명상을 하면 많이 듣는 얘기가 있다. 비워라 비워라. 좋은 일들도 비워내라 

스승님 유리컵 비유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너 자신을 알라

"그리스 사람들이 운명론자들이었어.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이 지혜의 출발이지. 소크라테스는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 인간이 알 수 있는 최고의 지혜라고 봤네. 자신이 무지하다는 걸 아는 자가 아테네에서 소크라테스 한 사람이었을 거야.  '너 자신을 알라.' 지능과 덕으로 최선을 다해도 우리는 다가올 운명을 바꿀 수 없네. 그렇다고 타고난 팔자에 인생을 맡기고 자기 삶의 운전대를 놓겠나? 아니 될 말일세. 인간의 지혜가 아무리 뛰어나도 죽을힘을 다해 노력해도 어찌할 수 없는 저편의 세계, something great가 있다는 거야. 지혜자만이 그걸 받아들일 수 있네. something great를 인정하고 겸허해하는 것은 머나먼 수련의 길이야."

"없어지지 않고 영원히 존재하는 것은 무엇인가? 과학자들은 죽음조차 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우주로 원자가 흩어지는 거라고 설명하지요. 풀리건 안 풀리건 그 문제를 붙드는 게 철학이라네. 내가 남들과 다른 점이 바로 그거였어. 한번 문제를 붙들면 풀릴 때까지 놓지 않았지. 그래서 사는 내낸 불편했지. 이상한 사람이다. 말꼬리 잡는다. 나 좋다는 사람 많지 않아. 동료들, 제자들 모두 나를 어려워했어. 강의실은 꽉 차도 스승의 날 카네이션은 안 가져와. 허허... 강의실 인기는 대단했지. 난 배곯는 건 참아도 궁금한 건 못 참아했으니까. 내 강의와 내 글을 사랑해줬지만 나에게 꽃을 들고 찾아오는 친밀감은 못 주었던 모양이야. 그래서 외로웠네. 이 외로움 속에서도 수십 년씩 변함없이 관계를 맺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어. 그들도 다 나처럼 외로운 사람들일 거야."

 

나 자신을 알기가 참 어렵다. 내가 나 자신을 모르는 게 이상하고 그게 왜 어려운 걸까. 우리가 새로운 모임을 가거나 새로운 친구를 만나게 되면 자기소개하는 자리가 있다. 내 차례가 되면 많이 긴장된다. 뭐라고 얘기해야 되나, 나는 어떤 사람이지? 매번 그때마다 고민하는 자신을 보면 분명 변화를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어렵다고는 하지만 쉬울 수도 있는 법이다. 좋든 싫든 나는 나이고 좋은 운이든, 나쁜 운이든 나는 내 운명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삶을 이끌어 나갈 것이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은 앞으로 잘 살아가기 위한 훌륭한 지침서가 되어 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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